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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장에 '임장크루'라는 단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단순한 신조어가 아닙니다. 불안한 미래를 마주한 2030세대가 부동산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 그대로 발로 뛰는 탐색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탐방 문화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임장이란 무엇이며, 임장크루는 어떤 활동을 하고,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임장이란 무엇인가요?

 ‘임장(臨場)’은 부동산 분야에서 쓰일 때, 특정 매물이나 지역을 직접 방문해 현장 분위기, 입지 조건, 생활 인프라 등을 확인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단순히 온라인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내 눈으로 확인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건물의 외관, 조경, 일조량, 소음, 주변 상권, 교통 여건 등은 온라인 사진이나 글로는 알 수 없습니다. 임장은 그래서 부동산 실전 투자에 있어 필수 요소로 여겨집니다.

2. 임장크루란 무엇인가요?

 ‘임장크루’는 이러한 임장을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움직이며 실행하는 집단을 뜻합니다. 크루(crew)는 같은 목적을 가진 소모임이라는 뜻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붙은 이름입니다. 이들은 보통 SNS나 오픈채팅방,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모여 일정 지역을 탐방합니다. 때로는 ‘임장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유료 강의 형태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투자 목적이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부동산에 대해 배우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거나, 자산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배우기 위한 실전 학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3. 왜 청년층이 임장에 몰리는가?

 2030세대는 지금까지의 세대 중 가장 불안한 환경 속에서 자산을 형성해야 합니다. 청약은 극소수만 당첨되고, 전세 사기는 일상이 되었으며, 월세는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의 부동산 실매수 비중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식이나 예금을 처분해 실거주나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청년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자연히 ‘직접 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그 중심에는 임장이 있습니다. 

4. 임장크루가 왜 논란이 되는가? 

 임장 활동 자체는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수 의사가 없음에도 반복적으로 중개업소를 방문하고, 매물 내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중개업자는 단순한 매물 설명을 넘어 입주자와 시간 약속을 잡고, 직접 동행까지 해야 합니다. 이는 분명한 노동이며, 반복될 경우 실거래가 가능한 고객을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임장크루는 가족인 척, 신혼부부인 척 가장해 실수요자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중개사와 세입자, 소유자 모두 불편과 피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5. 실제로 어떤 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2025년,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매수 의사와 무관하게 중개사의 안내와 설명에 대해 최소한의 보상을 받자는 취지입니다. 이 제도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 방문 예약 시 임장비를 선납하고,
  •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보수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하는 구조

미국의 '바이어 에이전트 계약'처럼, 사전 의향서 또는 예약금 시스템을 도입해 불필요한 임장을 줄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정보 접근권 침해 및 소액 투자자의 진입 장벽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6.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에 많은 임장크루가 몰리는 지역은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핫플레이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실제 수요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 정보가 왜곡된 방향으로 소비된다면 오히려 판단을 흐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SNS를 통한 후기나 입소문은 여과 없이 퍼지기 때문에, 잘못된 평가가 지역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7. 바람직한 임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임장을 통해 배우고 싶다면 다음의 기본 원칙을 꼭 지켜야 합니다:

  • 사전 예약과 목적 고지: 중개사에게 방문 목적과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 내부 관람은 실제 매수 고려 시에만 요청: 내부 공간은 입주자의 생활 공간이라는 점을 존중해야 합니다.
  • 외부 탐방과 생활환경 중심 임장도 효과적: 단지 주변, 상권, 교통 흐름 등은 충분히 외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디지털 도구 병행 사용: 로드뷰, 평면도, VR투어 등을 함께 활용하면 임장의 질이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타인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인식입니다.

8. 결론: 정보는 공짜가 아니다

 임장크루는 새로운 정보 소비 방식이자 학습법입니다. 하지만 배움이라는 명분으로 타인의 노동을 무시하거나, 실거래 시장에 혼선을 주는 방향으로 활동한다면, 그것은 성숙하지 못한 소비입니다. 부동산은 사람과 사람이 거래하는 영역입니다. 임장은 정보 탐색인 동시에 사회적 관계에 발을 들이는 행위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임장이 아니라, 더 바른 임장입니다. 그것이 진짜 부동산 공부이고, 모두를 위한 시장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